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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소송 중인 남편의 도장을 위조해 자녀의 전입신고를 한 엄마의 행위는 범죄이긴 하나 정당행위에 해당한다면서 무죄가 선고됐다.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라는 취지다.

대법원 형사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사인위조 및 위조사인행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5년 10월 남편 B씨의 막도장을 만들어 생후 30개월 된 막내아들의 전입신고를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친정집 인근의 어린이집에 막내 아들을 등록시키기 위해서였지만 B씨가 아들의 주소지 이전에 동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1심은 A씨의 이 같은 행위를 유죄로 판단하고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즉 “A씨는 B씨의 명시적이거나 묵시적 승낙을 받지 못했고 이러한 승낙이 당연히 추정되는 상황이 아닌 것을 인식하면서도 B씨의 사인을 위조하고 행사한다는 점에 범의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항소심에서 이 같은 판단은 뒤짚혔다. 2심은 무죄를 선고한 것. 

재판부는 “A씨에게 권한 없이 인장을 조각하겠다는 의사가 있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회 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해 처벌해선 안된다”고 판단했다. 

형법 제20조에 규정된 정당행위의 요건은 △행위의 동기나 목적의 정당성 △행위의 수단이나 방법의 상당성 △보호이익과 침해이익과의 법익균형성 △긴급성 △행위 외 다른 수단이나 방법이 없다는 보충성 등의 요건을 갖춰야 한다.

재판부는 “A씨는 생후 30개월에 불과해 당시 건강이 좋지 않던 막내 아이의 복리를 고려해 친모로서 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집에 보낼 필요가 있어 전입신고를 위해 막도장을 조각·사용한 것"이라며 "따라서 그 목적이 부당하다고 단정해서는 안되고, 도장도 아이를 돌보기 위한 수단으로서 막도장을 사용한 것으로 전입신고 용도로만 사용된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A씨가 이전부터 수차례 보낸 문자 메시지에 B씨가 답을 하지 않아 달리 연락할 방법이 없었던 점, 인장이 위조된 B씨의 침해이익보다 자녀의 복리라는 보호이익이 우선된다고 보이는 점 등이 정당행위의 요건을 충족한다”면서 이같이 판단했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