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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청구된 구속영장이 기각되었다. 서울중앙지법 원정숙(46·연수원 30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검찰이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또 이 부회장과 함께 구속영장이 청구된 최지성 전 삼성미래전략실 실장(69)과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64)에 대한 구속영장도 모두 기각됐다.

8일 오전 11시부터 시작된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밤 9시 30분 쯤 모두 끝났다. 그리고 이후 4시간 30분가량 서류를 검토한 원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께 이 부회장과 최지성 김종준 등 세사람에 대한 구속영장을 모두 기각했다. 

영장을 기각한 원 부장판사는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되었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하였다고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하여 피의자들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하여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기각 사유를 설명했다.

또 "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추어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여 검찰과 이 부회장 측은 동일한 조건에서 재판을 해야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검찰이 청구한 세 건의 구속영장이 모두 기각되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와 두 회사 간 합병 과정에서의 사기적 부정거래에 대한 검찰의 법리 구성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해졌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 전 실장과 김 전 팀장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및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도 적용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과정이었고, 그 과정에서 그룹 수뇌부의 주도로 불법적인 시세조종과 삼바의 회계 부정 등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삼성 측은 두 회사의 합병은 관련법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삼바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서 볼 때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이날 영장심사에서도 양측은 각자의 주장을 놓고 팽팽하게 대립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의 변호인 일동은 "법원의 기각 사유는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유무 등 범죄 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는 취지"라면서 "향후 검찰 수사 심이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